시인의 마음
추위가 풍년입니다 풀빛내음 박석순 추위의 잔털이 쭈뻣쭈뻣 서는 날 처마 끝 고드름 꺾어 추위의 장작을 지피는 바람의 불꽃이 셉니다 시린 연기가 온몸에서 피어오르고 추위에 태워진 볼이 빨갛습니다 겨울 아랫목에 데워지는 시린 내 기침을 껴안고 감기를 베고 누웠습니다 창밖 머리맡 보이는 들판 하얀 눈발이 다녀가고 눈발 발자국 뿌리에 시리어진 것들이 잘 자라 이 겨울 다 심고도 남을 만큼 추위가 풍년입니다 시린 내 나는 자루에 차곡차곡 담아 이 겨우내 먹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