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 소나무 숲길과 안면도 노을길을 따라서
처음 그곳에 간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그곳에 가서 부질없는 말들을 쏟아부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늦가을 저녁연기가 피어오르는 산촌의 여염집 같던 절 그곳이 얼마나 쓸쓸한 곳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풍문에 들려오는 소식이야 어쩔 수 없었지만 그곳은 묻어둔 첫사랑처럼 애달픈 곳이었다. 넓지 않은 마당엔 고즈넉한 바람이 스치고 심검당 툇마루엔 낡은 햇살이 졸다가던 곳 세월 깊은 了然禪院과 鏡虛堂은 마치 어느 길가의 빈 집처럼 서글펐다. 어느 봄날엔 왕벚꽃송이에 토굴이 무너져 내렸고 어느 가을엔 해우소 지붕에 은행잎이 열반에 들었다. 여름비에는 연못을 건너던 외나무다리가 무너졌고 겨울 눈송이에 붉은 소나무숲이 쓰러졌다. 한바탕 세상을 휘롱하고 돌아와 취한 듯 미친듯이 살고자 했던 老丈의 마음을
물어서 배울 수 없고 닦아서도 깨칠 수 없는데 그저 무참한 발길만이 가득하였다. 그리고 한동안 아주 잊은 듯이 살았다. 반백이 되어 어느 날 돌아와 보니 절은 낡은 절도 새 절도 아니었다. 수막새에 꽃힌 연봉을 감로수병이라 말하며 퉁명스럽게 나를 가르쳤던 스님은 이미 고인이었다. 그날 찬비가 뿌리고 간 명부전 처마밑에서 아직 뜨겁게 타오르는 청벗나무 이파리를 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가을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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