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위에 펼쳐진 초원과 호수의 섬, 굴업도
동해바다가 울릉도를 빚었고 남해바다가 소매물도와 거문도, 홍도와 가거도를 빚었다면 서해바다는 필시 굴업도를 빚었으리 공룡들이 번성하고 익룡이 날아다녔다는 9천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화산이 분출하던 시절 한반도의 산고를 뚫고 만들어졌다는 섬 바다 밑 깊은 골짜기에서 냉수대를 타고 짙은 해무가 피어올라 연안의 뱃길을 안개속에 수장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연평바다에서 회유하던 민어떼가 개머리 해안까지 몰려오던 날은 꾸륵꾸륵 울어대던 고기떼 울음소리에 작은말 해변 파시촌 색시들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덕물산을 타고 오르는 소사나무 숲에는 먼 바다를 건너온 고단한 바람소리뿐이었다. 한강을 타고 흘러온 내륙의 모래가 바람에 날려 목기미 해안에 쌓이듯이 산란기 암수가 애타게 서로를 부르던 울음소리처럼 비린내 나던 사랑이 둥지를 틀던 곳 어부와 작부들도 잠시 이 섬에 머물다 갔다. 아우성치던 삶이 대나무구덕에 실려간 고기떼처럼 숙명의 시간들로 받아들여지고 말 때 포구는 면사그물처럼 촘촘하게 삶을 포획하고 말았다. 지분남새 낭자하던 선창가 갯마당에 해일이 휩쓸고 간 후 파시가 깨지고 한때의 영화는 녹슨 닻처럼 쓸쓸해져버렸다. 늦도록 지는 해를 바라본다는 느다시 언덕에 서면 바다는 선단여의 전설처럼 붉은 눈물로 가득하다. 덕적도 각흘도 선갑도 지도 울도 백아도 마귀할멈의 유혹으로 사랑에 빠졌다가 하늘의 벌을 받고 바위가 되었다는 오누이 섬.... 섬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은유가 되어서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파도와 바람과 안개와 노을 속에 떠 있는 존재들 우리는 하나의 섬이 되어서 저마다의 생을 노래하고 있다. 소금기를 머금고 풍화되어 가는 해식와처럼 상처는 풍경이 되었고 어느덧 초원에서 바라보는 저녁 바다처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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