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을 따라가는 지리산 둘레길과 남해섬 바래길
눈 쌓인 겨울 지리산을 보러갑니다. 아련한 봄기운 느껴지는 겨울 섬진강을 보러갑니다, 지리산 자락의 오래된 산사를 지나 악양 들판의 영화를 간직한 퇴락한 양반집을 스쳐 매화꽃 봉오리 영그는 섬진강 대숲길을 걸어가면 어느덧 노을 지는 남해바다 앵강만에 이르게 됩니다. 산 너머로 태양이 사라진 후 그 빛의 여운만으로 황홀하게 바다를 물들이며 심금을 울리는 그 바다의 노을은 마치 늙은 노모가 젊은 날의 연분홍 치마를 펼쳐보듯 수줍고 연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땅거미가 내린 후에야 저녁바람처럼 허전하게 남해별곡에 들어 바다건너 여수항의 야경을 보며 예계포구 할머니의 유자막걸리 한 잔에 가슴을 적십니다. 파도소리 밀려오는 섬마을에서 하룻밤을 지새면 푸른 댓잎파리처럼 눈부시게 청청한 겨울바다의 아침 남해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바래길을 걷습니다. 섬마을의 아낙들이 물때에 맞추어 소쿠리와 호미를 들고 갯가로 나가 일용할 만큼의 해초와 조개를 채취하던 손길을 바래라 하였으니 해안가의 작은 마을과 갯벌과 다랭이 논밭으로 이어지는 바래길은 남해사람들의 정서와 애환이 오롯이 담긴 삶의 길입니다. 그 길을 걸어 겨울 해풍 속에 움트는 찬란한 봄의 노래를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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