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밭 일렁이는 슬로시티 섬, 증도, 청산도, 미황사 눈이 부시게 푸른 오월, 보리밭에 일렁이는 바람의 흔적을 찾아 다도해의 작은 섬 청산도로 갑니다. 화려한 빛깔의 꽃은 아니지만 감동적인 초록빛 물결로 일렁이는 청산도 보리밭은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답고 서러운 봄날의 풍경입니다. 사르락 거리는 바람소리를 따라서 들길을 걷다보면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추억으로 일어나 아련한 향수에 젖게 됩니다. 청산도의 모든 길들은 보리밭으로 이어지고 보리밭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서 봄 길을 걸어가면 그 끝에는 아지랑이처럼 그리움이 피어납니다. 지나온 모든 삶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그리움처럼 아득해질 때 들판에는 바람소리만이 가득하고 초록빛 보리밭은 시름 많은 바다가 되어 넘실거립니다. 바람 부는 날 청산도의 보리밭은 노랫소리 같기도 하고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춤추는 무희의 몸짓 같기도 합니다. 사르락 사르락 풀향기처럼 피어나는 바람소리 곁에는 봄날의 길지 않은 하루가 저물어가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세월의 길섶은 짧아서 생은 더욱 애달고 애틋한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리하여 이번 여행은 온전히, 산비탈을 가득 채우고 출렁이는 청산도의 보리밭과 푸르게 사르락 거리며 보리밭에 일렁이는 바람소리의 깊이를 헤아려보는 시간으로 채워볼 요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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