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과 지천명 시공에서

수성하와이. 2011. 2. 5. 00:02




        설 / 늘봉 한문용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내 생애 던져진 삶에 보드라운 손은 없어 도마 소리만 요란하게 변죽 울린다. 한 번이면 족히 잘려나갈 비게 덩어리 나란한 미로 다듬질해야 할 적 비뚤비뚤 눈이 다 어지럽다. 어머님 눈빛 마주하기 두려워 개 꼬리 감추듯 얼른 통 깊은 그릇에 적갈 쓸어 담는 손 왜 이리 시릴까? 진종일 힘들었던 하루 늦은 밤 이불 덮고 자리에 누우면 보상 받지 못한 뼈마디 굵어진 손보다 갈매나무처럼 굳셈으로 살았던 설움에 황혼의 끝자락에 서 있는 내 영혼이 역겹고 지치다. 그래도 어쩌랴. 손자 손녀의 얼굴 안으로 한걸음에 달려가 내가 빚은 기름떡 바싹 깨물어도 좋을 앙증스러운 입안에 넣어 주고싶은 오늘.

'불혹과 지천명 시공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시(布施,)  (0) 2011.03.12
입춘 대길   (0) 2011.02.05
雪野行, 눈 내린 날의 풍경을 찾아서  (0) 2011.01.25
행복을 위한 마음가짐   (0) 2011.01.23
우리 이런 인연으로 살아요  (0) 2011.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