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단풍길과 주산지, 청송의 옛집기행
바위는 지나간 시간의 은밀함을 말하고 싶은가보다 천길 벼랑 끝 낭하가 흐르는 계곡 저물어가는 가을 햇살이 노란 생강나무 잎에 머물다 가면 바위는 꼭 어느 시절의 말씀들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내가 그대의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쓰다듬던 오후였거나 그대가 휘파람소리처럼 가느다랗게 노래를 불러주는 저녁... 아스라해라 초원의 풀밭 위로 바람이 스치고 가듯 그렇게 아득한 시간의 이야기였으리라 용암의 바다에서 뜨거운 돌덩이가 만들어지듯이 사랑 또한 불길 속에서 오묘한 빛깔이 이루어져 그 마음 석경에 비치는 하늘빛처럼 푸르렀으니 어느 쫓겨온 왕의 눈물처럼 애절한 가을 주왕의 산빛이여 메마르고 거친 바위의 길 위에서 나는 지나간 시간의 노래를 듣는다 푸른 소나무가 우거진 전설 같은 길을 돌아가면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운 버드나무도 왕비가 여럿 나셨다는 심부잣집의 저녁 연기도 모두가 깊은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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