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즐기세요

♡ 불편함을 즐기세요 ♡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불편함을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불편함은 권태, 초조, 불안, 걱정 또는 당혹감 등과
같이 뭔가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렇지만, 불편함이 있다면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법도
당연히 있겠지요?

어렸을 적이었습니다.
큰 비가 내리고 난 후 큰길에 나가면 신작로 여기저기에
물웅덩이가 생겨있었습니다.
신작로 한복판 움푹 패인 이곳저곳에 누런 황토물이
고여 있는 것이지요. 하루종일 자동차 한두 대밖에
지나다니지 않는 신작로의 물웅덩이는
곧잘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합니다.
돌을 던져 서로 물을 튀기기도 하고,
그게 심심해지면 멀리서 달려오다 흙탕물 한가운데를
밟고 지나가 봅니다.
물웅덩이 가운데를 살살 밟으면 신발이
물속에 빠지지만 저 멀리서 달려가다가 거침없이
물 가운데를 내딛고 재빨리 빠져나가면 신발에
물이 들어오지 않고 발을 뺄 수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힘이 빠지면 웅덩이 가에 앉아 황토로
뭔가를 만들기도 했지요.
해가 뉘엿뉘엿 지고 놀이가 끝날 무렵에야
흙탕물에 젖은 옷 걱정을 하게 되지만
다음에도 여전히 똑 같은 놀이를 하며
깔깔거리고 즐거워합니다.
엄마한테 혼나는 일은 잠깐이었고,
흙탕물 놀이의 기억은 나이가 들어도 오래오래
뇌리에 그대로 남아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런 재미를 몰랐습니다.
길이 엉망이라고 투덜거리면서 물웅덩이를 피해
돌아가곤 했습니다.
물론 저도 어른이 된 뒤는 그랬으니까요.

문득 인생의 물웅덩이를 즐기는 것이
불편함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