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음

세월이 가면 - 박인환 詩

수성하와이. 2011. 10. 2. 09:30

 







세월이 가면
(박인환 시詩) 테너 임태경 노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노래가 된 詩 그 뒷이야기] ...

세월이가면 -­ 박인환 詩
`세월이 가면’이란 시와 노래가 탄생한 것은
1956년 전란 이후 막 서울로 환도한,
아직도 쌀쌀한 봄 어느 날의 일. 을지로 입구 은성주점에
둘러앉았던 시인 김규동, 김광주, 송지영, 조병화 그리고
박인환, 가수 나애심, 작곡가 이진섭 등이 주흥이 좀
시무룩해지자 가수 나애심에게 한 곡을 주문했다.

그녀는 마땅한 노래가 없다면서 계속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박인환이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구겨진 종이를 꺼낸다.
그러더니 즉석에서 시를 써내려 갔고,
이진섭은 흥얼거리며 곡을 붙였다.
이진섭이 나애심에게 악보를 건넸을 때,
당대 최고의 가수의 입에서,
서늘한 노랫말과 군더더기 없는 곡조가 울려퍼지기 시작.
마지막의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은 노랫말의 여운을 위해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로 바꿨다.
이렇게 하여 즉흥의 3박자는 낭만적인 한편의 시와
노래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



박인환(朴寅煥,)
(1926년 8월 15일 - 1956년 3월 20일) 30세에 요절

박인환은 한국 1950년대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이다.

1926년 강원도 인제에서 출생하였고
경성제일고보를 거쳐 평양의전 중퇴하였다.
1946년 시 〈거리〉를 발표하여 등단하였으며
1949년 동인그룹 '후반기'를 발족하여 활동하였다.
1949년 5인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발간하여 본격적인 모더니즘의 기수로 주목받았다.
1955년 《박인환 시선집》을 간행하였고,
1956년 심장마비로 자택에서 별세하였다.
1976년에 시집 《목마와 숙녀》가 간행되었다.


에피소드

박인환이 1956년에 명동 어느 술집에서 잔뜩 술을 마셨는데
술값이 없어 술집 여주인에게 술값 대신으로 즉석에서
이 시詩 를 지어주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집니다.

시간은 흘러서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들이 퇴색되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지라도 함께 했던
장소와 시간들, 그 눈동자와 입맞춤의 기억들,
그 추억은 변함없이 내 가슴에 아직도 남아 나를 잊지
못하게 한다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간직하고 있을
그러한 추억을 떠올리며 가슴뭉클하게 하는 詩입니다.


그는 술이 약했지만 술을 아주 좋아했는데
시인 '이상' 추모의 밤 행사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길거리에 쓰러져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장소가 지금의 광화문 교보문고 앞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동료들은 평소 좋아했지만 돈이 없어 맘껏 마시지 못 했던
그의 관위에다 양주 조니 워커를 부어주며
못내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고 합니다.


'세월이 가면'이란 詩는 1976년에 유족들이 그의
20주기를 추모하여 출간한 '木馬와 淑女'라는
박인환  死後詩集에 실려 있습니다.

<세월이 가면>은 박인환의 시에
작가, PD 를 한 이진섭씨가 즉흥적으로 곡을 붙여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가수 나애심이 처음 불렀으나
70년대 박인희가 불러 더욱 유명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