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한국인
노대통령은 휴가를 어떻게 보냈을까..?
수성하와이.
2011. 8. 5. 18:24
‘자유분방한 다독파’, 대통령 노무현의 여름휴가 이야기

▲ 노 대통령은 국정운영으로 쉴 틈이 없거나 탄핵정국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휴가철은 휴가철인가 봅니다.
매년 여름 이맘때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다는 부산 해운대에는 지난 주말에만 약 70만의 피서객들이 다녀갔고,
전남도에도 65만 명이 달콤한 여름휴가를 보내고 갔습니다.
휴가는
그동안의 피로를 말끔히 씻고 소중한 추억을 쌓으며, 남은 해를 힘차게 보내기 위한 귀한 충전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어서,
매년 여름휴가를 다녀옵니다. 주로 정치 휴지기인 7월 말에서 8월 초인데,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을 보냅니다.
노 대통령은 재임기간 5년 동안 다섯 번의 여름휴가가 있었는데,
혹자들은 노 대통령을 두고 ‘휴가 운이 없는 대통령’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다섯 번 가운데 세 번의 휴가를 국가 중대 사안 때문에 그냥 지나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노무현은 ‘자유분방한 다독파’
재임 2년차였던 2004년에는 탄핵정국으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고,
2006년에는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와 수해 때문에 휴가를 포기하고 복구 작업과
대책 마련에 총력을 펼쳤습니다.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이 터져 진전 상황을 챙기고 필요한 현안들에 대한 비공식 회의 등에 매진하느라
휴가를 반납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 첫 번째 여름휴가였던 2003년에는 대관령과 대전의 군 휴양지에서 일주일,
2005년에는 강원도 평창군 용평 리조트에서 3박4일 동안
휴식을 취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재직시절이나 전후에도 책을 많이 읽었고, 주위에 권하기도 아주 적극적이었습니다.
2003년 대통령으로서 보낸 첫 휴가 때는 폴 데이비스가 어려운 고전 물리학에 흥미를 잃어가는 학부생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려고 쓴 강의 모음 <파인만의 6가지 물리 이야기>,
아이비엠의 기업혁신 과정을 다룬 루이스 거스너의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루이스 거스너),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사회변화와
자기계발법을 이야기한 <주5일 트렌드>, 그리고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챙겨 읽었습니다.
이런 독서습관은 매년 휴가 때는 물론이고 바쁜 국정 운영 중에도 때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한 칼럼니스트는 노 대통령을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독서의 내용을 현실정치에 활용하려 했다.
장차관 워크숍이나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 같은 공식석상에서도 적잖은 책을
추천했다”며 ‘자유분방한 다독파’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 2003년 청남대에서
“이 별장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립니다”
‘대통령의 휴가’로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는 것은 대통령 휴양지로 유명한 ‘청남대’를 반환한 것과,
2008년 퇴임 뒤 떠난 여름휴가에서 있었던 ‘풀 썰매’ 일화입니다.
충청북도 청원군 문의면, 대청호 주변에 있는 청남대는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대통령 전용 별장입니다.
준공당시에는 영춘재(迎春齋)로 불리다가 1986년 7월 청남대(靑南臺)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가족과 경호실 직원들과 축구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를 즐겼다고 합니다.
조경수가 아름답고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된 조용한 곳이라
역대 대통령들이 국정운영의 중대한 고비 때면 이곳에 머물며 정국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2003년 4월 18일 노 대통령이 청남대를 개방하면서 20여 년간의 베일이 벗겨지고,
이때부터 일반인들도 다녀갈 수 있는 휴양지가 되었습니다.
노 대통령은 개방 전날인 17일 하룻밤만 청남대에 묶었는데, “이 별장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립니다.
사사로운 노무현을 버리기 위해서 입니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이후 노 대통령은 청남대 대신 대관령 등 지방과 군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냈습니다.
청남대에는 다섯 개의 ‘대통령의 길’ 코스가 있습니다. 노 대통령의 길은 그 다섯 번째입니다.
청남대에 가시면 개방과 동시에 조성된 숲속 산책길을 거닐며
다양한 야생화와 야생동물을 볼 수 있습니다. 청남대 개방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청남대가 개방된 8년 동안 총 514만1,786명, 하루 평균 2,240명이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 2008년 7월 휴가에서 농촌마을 성공사례를 찾아 용평, 의야지 등 강원도 일대의 마을을
방문했다.
퇴임
대통령의 첫 번째 여름휴가
퇴임 뒤 노 대통령은 봉하마을로 돌아와서 거의 매일 방문객들을 만났습니다.
봉하에 있는 누구보다 방문객들을 반기고 아꼈으며, 사저 앞 만남의 장소는
정치인이자 자연인 노무현의 소신과 철학을 나누는 귀중한 대화의 광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퇴임 뒤 4개월의 일정이 너무 빡빡했던 탓에 노 대통령은 몸살을 앓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7월에 퇴임 뒤 첫 휴가를 보내게 됩니다. 노 대통령은
휴가 기간 동안 ‘민주주의 2.0’ 개설을 준비하고 책을 읽거나 회고록을 구상하고, 봉하마을 가꾸기에 대한 생각도 정리했습니다.
그 외에 며칠은 가족, 참모들과 함께 용평, 바람마을 의야지, 강릉 선교장 등을 다녀왔습니다.
그렇다고 여행과 휴식만을 위한 휴가는 아니었고,
농촌마을 가꾸기의 모범 사례를 찾아 성공비결을 배우고 조언을 구하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썰매 타는 대통령, 자전거 타는 대통령
의야지는 당시 이광재 의원이 성공한 농촌마을 가운데 하나로 대통령께 추천한 곳입니다.
농업 외에도 주변 자연물을 이용한 체험시설과 관광 상품을 개발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익도 높이려는 노력이 활발한 곳입니다. ‘풀 썰매장’ 역시 풀이 무성한 지역의 특성에서 착안한 관광 상품의
하나였습니다.
의야지 지역 관계자 그리고 주민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던 중에 대통령의 시야에 풀 썰매가 포착되었습니다.
거기에 얽힌 사연을 듣던 노 대통령은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순간 언덕 아래로 빨간 풀 썰매를 달렸고,
이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어 언론에 알려지면서 그 유명한 ‘노 대통령의 풀 썰매’ 일화가 되었습니다.
노 대통령은 퇴임 뒤 ‘썰매 타는 대통령’ 그리고 ‘자전거 타는 대통령’으로 재직시절보다 국민들에게 훨씬 가까이 다가간,
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가장 인간적인 대통령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들 삶의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휴가는 대통령 노무현, 바로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노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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