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과 지천명 시공에서

雪野行, 눈 내린 날의 풍경을 찾아서

수성하와이. 2011. 1. 25. 00:17

雪野行, 눈 내린 날의 풍경을 찾아서


눈이 내리는 날
내 마음은 하염없이 어느 산골로 가리


바람이 불고 하얀 눈이 내린는 날
내 마음은 하염없이 어느 들길로 가리


세상을 지울듯이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 날
내 마음은 하염없이 어느 추억 속으로 가리

지난날 나의 등 뒤에 퍼부어지던
원망도 한숨도 설움도 모두 잊고
어느 이름 모를 벌판의 모퉁이에 앉아
쏟아지는 눈발을 바라보며 술잔을 비우리

펄럭이는 광목천처럼 눈보라가 날리고
언덕아래 풀잎들이 아이처럼 울먹일 때
세상의 일이란 다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라고
어둠 속에 흩어지는 노을빛처럼 무상한 것이라고
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 길을 걸어가리.

남도라 천릿길, 산과 들과 바다를 돌아
눈이 내리면 석불처럼 말없이 눈을 맞아주고
바람이 불면 푸조나무처럼 말없이 바람을 맞아주고
파도가 넘치면 둑방길 갯돌처럼 말없이 파도를 맞아주고
가슴에 회한의 눈물만 가득한 채
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 길을 걸어가리.